ubiquitous [juːbíkwətəs] a.
(동시에) 도처에 있는, 편재하는(omnipresent); (우스개) 여기저기 모습을 나타내는.
㉺∼ly ―ad.
㉺∼ness ―n.
최근 2,3년 간 유비쿼터스의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다.
내가 유비쿼터스를 전해들은 2003년 무렵만 해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용어였다. 그런데 지금은 유비쿼터스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며 국내 유명 건설사의 많은 아파트 들이 유비쿼터스로 중무장을 했다...... 했다 한다...... 했다고 광고를 한다.
그러나 내가 보는 유비쿼터스 아파트 들은 IT 내장재를 흩어놓은 아파트로 보일뿐이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떠드는 소리는 아님을 전제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릇된 정보는 지적을 해주시면 감사히 수용하겠습니다.-
실재로 냉장고의 화면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TV를 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또한 집 외부에서 휴대폰이나 전용 단말기를 통해 집안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조정하는 사람은?? 글쎄... 알 수 없다. 또한 그 것 들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 익혀야 하는 매뉴얼의 두께는 상상해 보았는가??
얼마 전 부모님이 새 아파트에 입주를 했다. 그러나 인터폰에서 보일러까지 모든 것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연구를 하지 않으면 사용조차 힘들었다. 덕분에 이것저것 다 눌러본 뒤에 부모님께 사용법을 숙지시켜 드려야 했고, 보일러는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에 붙어있던 몇 십 페이지 두께의 매뉴얼을 구한 뒤에야 차분히 설명을 해 드릴 수 있었다.
물론 IT 强國답게 놀랄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위의 기술들 또한 더욱 진보한 기술의 발판으로써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U-'라는 이니셜을 붙여가며 대단한 것인 듯 거금을 받고 팔아댈 때는 쓸모가 있는 것을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십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는 수십 만 원의 전기요금을 감내하며 에어컨을 돌리지 않으면 찜통으로 변해버리고 기천만원이 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장착했다는 아파트는 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 후 어쩌구 저쩌구 해야 집안 온도를 알 수 있으며 다시 한참을 어쩌구 저쩌구 해야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어느 작은 구립 도서관이 있다. 그런데 열람실 내부는 흔히 보던 사각형의 공간이 아니다. 거기에 여기저기에 계단식의 단차가 있다. 서가 역시 최소한의 구역이 정해져 있을 뿐, 얼핏 보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듯하다. 각각의 책꽂이 사이의 간격은 꽤나 넓어 한사람이 앉거나 서서 책을 읽어도 다른 통행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만큼 공간이 충분하다. 그런데 열람용 책상이 몇 없다. 사람들은 다들 여기 저기 흩어져 걸터앉거나 기대어 책을 읽는다.
어눌한 하록씨가 도서관을 찾는다.
곳곳엔 키오스크들이 흩어져있다. 원하면 데스크에서 PDA형 단말기를 빌릴 수 도 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간단히 그날의 뉴스를 검색해 읽은 뒤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소설이 입고되었다. 서가의 위치와 다른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눌한 하록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로그인을 한다. 며칠 전 산 블루투스 헤드셋을 써볼 작정이다. 하루키와 어울릴 듯 한 재즈 몇 곡을 검색해 플레이를 한다. 헤드셋을 인식창 근처에 가져다 대니 로그인 정보와 플레이 리스트는 모두 헤드셋으로 전송되고 키오스크 기기는 자동으로 로그아웃된다.
이러한 과정 동안 어눌한 하록씨는 'NEXT' 버튼을 몇 번 눌렀으며 검색을 위해 몇 글자를 쳤고 기기가 지시하는 대로 헤드셋을 기기에 가져다 댄 것이 전부이다. 마치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듯......
이제 책을 찾으러 가야한다. 물론 로그인을 한 채로 몇 번의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책을 키오스크 단말기로 불러올 수 있지만 어눌한 하록씨는 책 찾는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헤드셋에선 감미로운 재즈들이 흘러나오고 책을 손에 넣은 어눌한 하록씨는 서가 옆에 자리를 잡는다. 다 읽은 뒤엔 아무 키오스크 단말기에나 집어넣으면 플로어 및 북 트레이를 통해 해당 서가로 이동되어질 것이다. 그리고 몇몇의 직원은 가끔 서가를 돌며 정확한 위치에 책을 꽂고 책꽂이는 바코드를 인식, 도서 위치 정보를 다시 전송할 것이다.
나는 아직 건축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며 유비쿼터스 분야의 전문가는 더욱 아니다. 오히려 글 속의 ‘어수룩한’ 하록씨이다. 그래서 이야기 한다. 내게 유비쿼터스는 너무 어렵다고...
말 그대로 유비쿼터스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거창한 컴퓨터들에 둘러싸여 숨도 못 쉬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있는 지도 몰랐던 컴퓨터가 필요시마다 램프 속 지니처럼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지니처럼 ‘펑’ 하고 나타나지도 않는다. 필요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야 하며, 내 정보를 확인하는데 이용료가 붙어서도 안 될 것이다.
‘어디에나 존재하고’,또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Ubiquitous를 기대해 본다.
'주절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 아침.. (0) | 2007.09.18 |
---|---|
채송화에 대한 짧은 생각 (0) | 2007.09.05 |
Ⅱ 일시멈춤 (0) | 2006.08.10 |
내 정치적 성향 파악.. (0) | 2006.06.01 |
오일팔.. (1) | 2006.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