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AS 정신
살다보니 이런저런 가전 제품이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AS를 받을 일도 종종 생겨납니다.
역시 국내 대기업의 AS 확실히 좋습니다.
오늘도 번호표 뽑고 편한 소파에서 잠시 TV를 보며 기다립니다.
원하면 공짜커피도, 공짜 녹차도, 인터넷도, 휴대폰 충전도 모두 가능합니다.
잠시 후 친절한 접수계 여직원이 제 번호를 부릅니다.
가서 두번째 온 상황이고 동일 증상이 계속 반복한다고 얘기하니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미안해 합니다.
그리고, 잠시 검색 후 지난 AS받은 이력을 알려주며 보다 자세히 보아야 할 것 같아 맡기고 가시면 연락드리겠다합니다.
동일한 문제로 언짢았던 기분은 조금 누그러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
몇 시간 후 전화가 옵니다.
담당 엔지니어분이지요.
그런데 말투가 심상치 않습니다.
상냥한 어휘 속에는 전자제품 관리를 이따위로 하냐는 타박이 베어있습니다.
1. 엔지이어분이제품에 좋지 않은 요소를 친절히 설명해줍니다.(지난번에 말씀드렸음을 강조하며)
2. 다소 불쾌해진 제가 지난번에 이미 들었으며 권하는 대로 사용했음을 피력합니다.
1과 2가 10번쯤 반복됩니다.
7번쯤이었을까요.."고객님께서는 그렇게(권하는 환경으로) 사용하셨다고 하시지만...."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잠깐만에 지나간 일이라 미처 대응을 하지못하고 1과 2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결론은 이번에 AS를 해주겠다. 주요 부품까지도 교체해주겠다. 그러니 잘 들어둬라...입니다.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산지 6개월즈음 된 제품이 고장나 고쳐준다니.....
-----------------------------------------------------------------
마케팅(?)에서 "잠재적 고객"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제가 백화점에 가서 비싼 명품을 구경하면 점원들은 안살걸 알면서도 친절히 대해주죠..
그것은 이 고객이 언젠가 살 수도 있다라는 가정으로 오늘은 고객이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고객으로 대우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요즈음의 AS센터를 가면 "잠재적 진상"이라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물론 제 느낌일 뿐이며 모든 서비스기사님들이 그렇다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AS센터의 대응 방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로비에서 편안하게 대기하다가, 접수계 여직원의 낮간지러운 사과를 듣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의 책상앞으로 불려가 꾸지람(올바른 사용법 지도로 들리진 않습니다.)을 듣고 맘좋은 엔지니어분이 굳이 안해주셔도 되는 AS를 해주신다는 말씀을 듣고 감사히 받아들고 나옵니다.
이 모든 과정은 극 존칭이 사용되며 심지어는 물건이 더 높임을 받기도합니다.(이 제품은 ^%#@^$하셔서요..)
그런데 저같이 꽁한 인간은 이 모든 과정이 불편합니다.
접수계의 깊이없는 사과도, 엔지니어의 사용법 강좌도 제겐 불편합니다.(로비는 편해요..^^)
제 짧은 식견으로는 제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접수계는 신속하게 접수만 해주면 됩니다.(물론 지금도 신속합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분은 제품 사용법을 설명하기 전에 제품에 생긴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쉽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제품에 있을 경우 교체 교환 등의 조치를 취해주면 됩니다.
사과는 이때나 필요하겠지요.
전문용어를 섞어가며(조금만 알면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않은...)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쯤으로 만드는 아주아주아주 일부의 엔지니어들은 꽤나 불쾌합니다.
특정 회사나 제품의 언급을 피하려다보니 말만 길고 붕붕 떠다니는 듯한 글입니다.
사실 오늘 굉장히 불쾌했지만 차분하게 쓰려다 보니 말만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엔지니어 들은 매우 친절하십니다.^^